올 여름 휴가철 인천공항을 통한 해외 여행객이 코로나 이전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9년을 상회한 가운데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주요 면세품 가격에 대해 출국장 면세점과 입국장 면세점을 비교해 봤다. 이번 자료는 관세청과 인천공항 상업서비스처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것으로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총 7개사 중 6개사가 자료를 제출 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지난 3년간 해외여행이 극도로 어려웠던 시기 국내 면세점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부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해외여행객의 수요로 인해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다. 각 면세점 별로 인천공항에서 운영하는 매장 위치가 다르고 다루는 품목도 달라 그중 가장 많은 품목이 팔리는 제품을 위주로 주목도가 높은 제품을 비교했다. 특히 공항 면세점에서 핵심 품목인 주류와 담배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과 포장식품에서 한 품목을 설정해 비교해 보았다.
 

▲ 도표=김재영 기자, 2024.08.22.

국내 면세점 주류 품목중 가장 많이 팔리는 발렌타인 30년산 1병의 경우 판매 가격이 440달러(US$)인데 출국장의 경우 374달러로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 되지만 입국장 면세점의 경우 9% 할인된 399달러에 판매중이다. 출국할 때 구입하여 여행기간 소지하고 다닐 경우를 생각해도 할인 폭이 6% 차이로 꽤 크게 나고 있다. 담배 품목의 경우도 출국장의 경우 30달러 판매 가격의 제품을 12% 할인된 26달러에 구입할 수 있지만 입국장은 1달러 비싼 27달러에 구입해야 한다. 정관장 홍삼 제품 역시 동일 제품을 판매하는 출국장과 입국장의 가격에서 할인율이 최대 7% 차이 나는 등 입국장 면세점이 더 비싸게 판매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주류 품목의 다른 제품은 물론 담배·향수·화장품 등 대체로 면세점에서 판대되는 다른 제품들의 경우에도 입국장 면세점에 비해 출국장 면세점이 더욱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다. 출국장의 경우 대기업 면세점은 물론 중소·중견 면세점이 인천공항 출국장 전역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프로모션과 홍보를 진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동일 상품에 대해 출국장 면세점 보다 입국장 면세점의 가격이 높은 이유를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현재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중견 면세점 사업권으로 할당된 이후 특정업체가 독점 하고 있다.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각각 별도의 사업자로 운영 중이던 상황에서 특정 사업자가 코로나로 철수한 업체의 매장을 인수하면서 두 개 모두를 한 업체가 운영 중이고 해당 업체는 지난해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도 따내면서 공항내에서의 독점력을 강화하고 있다. 위 상품 중 비교 대상인 발렌타인 30년산의 경우 해당 업체가 운영 중인 출국장 면세점에서는 395달러에 판매한다고 밝혀 출국장임에도 할인율이 10%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출국장과 입국장 면세점을 모두 운영 중이기에 독점 운영 중인 입국장에서 보다 가격을 높게 팔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된다.

두 번째는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 취지가 애초에 시내면세점이나 출국장에서 구입한 물건을 여행기간 동안 내내 들고 다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고자 도입되었다. 그러나 입국장 면세점을 방문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가격 정보를 모르는 상황에서 출국장에서 구입하지 못한 제품을 입국 심사 전 마지막으로 면세품 구입할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구입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입국장 면세점은 배짱 가격정책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담보로 높은 가격 정책을 고수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태국 유력지 방콕 포스트는 지난 7월 3일 “관광 대국 태국은 정부의 결정에 따라 지난 8월 1일 방콕 수완나폼 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포함해 전국 국제공항 8곳의 입국장 면세점을 동시에 폐쇄 했다”며 “이는 관광객들이 입국장 면세점에서 소비하는 것 보다 태국 방문 현지에서 더 많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이 조치에 따라 태국 최대의 면세사업자인 킹파워 면세점을 비롯 총 3개 사업자가 입국장 면세점을 폐쇄하는데 동의한 상황이다. 태국 정부의 조치가 우리의 입국장 면세점 도입 취지나 운영 상황과는 다르지만 인천공항의 경우는 코로나로 인해 경쟁이 사라진 입국장 면세점이 소비자 편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상황이다.

한편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 정책이 입·출국장 면세품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위에 비교된 제품들의 가격이 인천공항 내에서 면세품 가격으로 비교가 이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경우는 시내면세점에서 구입이라는 선택지와 출국과 귀국시 기내면세점에서 면세품 구입, 그리고 해외 현지에서의 제품 구입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 사진=김재영 기자, 국내 A 온라인 면세점 갈무리, 2024.08.22.

인천공항 면세품 가격이 시내면세점에 비해 다소 비싸거나 시내면세점의 경우 명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편의성 등이 존재함에도 가격이 공항 면세점에 비해 대체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공항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시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발렌타인 30년 산의 경우 8월 22일 현재 A면세점의 시내면세점 온라인 판매 가격은 308달러(30% 할인율 적용)에 불과하다. 입국장 면세점의 가격에 비해 91달러나 싸다.

국내 면세점업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 조정기에 들어가고 소비자들은 면세점은 물론 온라인 해외직구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내국인 소비자들은 물론 외국인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특정업체가 입국장 면세점을 독점하고 추가로 출국장 면세점 운영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입국장 면세점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도 이를 딱히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입국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공항 임대료가 높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비자 편익을 위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하는 관리 감독 기관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주)티알앤디에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