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의 해외 대량판매액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증했다.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판매액에 해당 연도 평균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2019년 약 1조 3,012억 원(11억 달러)이던 대량판매액은 2022년 약 12조 6,006억 원(97억 달러)으로 늘었다. 여행객이 급감한 시기에 대량판매가 면세점 매출을 뒷받침하는 주요 거래로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매출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티알앤디에프 뉴스가 확보한 A면세점 내부자료에서는 올해 7월 시내면세점의 대량판매 매출이익 가운데 78.7%가 영업수수료로 지출됐다. 큰 매출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도 상당했다.
대량판매가 전체 순매출의 64%를 차지한 A면세점 사례는 거래 규모와 비용을 함께 살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뿐 아니라 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를 지출했고, 비용을 차감한 뒤 얼마가 남았는지가 핵심이다.
■ 코로나 시기 급증한 대량판매, 2022년 총매출의 약 71% 차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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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포그래픽=김재영 기자, 2026.10.14. |
더불어민주당 재정경제위원회 김남준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대량구매 판매액을 연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2019년 약 1조 3,012억 원(11억 1,626만 2,000달러)에서 2020년 약 6조 2,119억 원(52억 6,412만 7,000달러)으로 약 4.8배 늘었다. 2021년에는 약 9조 7,659억 원(85억 3,353만 달러), 2022년에는 약 12조 6,006억 원(97억 5,317만 3,000달러)을 기록했다. 원화 환산액 기준으로 2022년 판매액은 2019년의 약 9.7배로 폭증했다.
이 금액은 달러 기준 판매액에 해당 연도별 평균 환율을 적용한 추정치다. 실제 거래일별 환율을 적용한 원화 실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원화 환산액의 증가에는 판매액 증가와 환율 변화가 함께 반영돼 있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산업 전체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관세청이 제출한 연도별 국내 면세산업 총 매출액은 2019년 약 24조 8,585억 원, 2022년은 약 17조 8,207억 원이다. 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관세청이 집계한 대량판매는 크게 확대됐다.
원화로 환산한 대량판매액을 총매출액과 비교하면 비중은 2019년 약 5.2%에서 2020년 40.1%, 2021년 54.8%, 2022년 70.7%로 높아진다. 평균 환율을 적용한 추정치지만, 코로나 시기 대량판매가 면세점의 핵심적인 매출 수단임이 확인된다.
관세청은 코로나 시기 재고기간 등 대량판매 조건을 완화했다. 여행객 감소로 정상적인 판매가 어려워진 면세점에 재고 처리를 위한 거래 통로를 넓혀준 조치였다.
다만 판매액 증가 전체를 규제 완화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여행객 감소와 해외 구매 수요, 업체의 영업전략도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거래 조건 완화 이후 대량판매가 주요 매출원으로 확대됐다는 사실과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2024년 관세청의 관리대상 변경 이후 공식 대량판매 통계는 감소했다. 집계 범위가 달라진 만큼 이를 곧바로 업계의 대량판매 의존도 감소로 해석할 수는 없다. 기업 내부의 판매 유형별 실적과 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실제 영업구조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 A면세점 시내 대량판매, 매출이익의 78.7%를 영업수수료로 지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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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포그래픽=김재영 기자, 2026.10.14. |
문제는 면세점의 대량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각 면세점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A면세점의 2026년 7월 내부자료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에서 대량판매로 분류된 매출은 1,484억 원, 매출이익은 705억 원이다. 대량판매를 위해 지급된 영업수수료는 555억 원으로, 대량판매로 얻은 매출이익의 78.7%에 해당한다.
언급된 영업이익은 A면세점의 관리회계 기준을 따라서 기타 판매·관리비 등을 추가로 차감하기 전 이익이므로, 공시 재무제표의 영업이익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점이 있다.
한편 대량판매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영업수수료율은 37.4%다. 같은 시기 시내면세점의 오프라인 FIT 매출은 173억 원, 영업수수료는 9억 원으로 수수료(할인쿠폰 및 현금성 페이 지급분) 비중은 5.2%에 불과했다. 온라인 FIT는 매출 370억 원에 영업수수료 38억 원으로 10.3%를 기록했다. FIT는 내·외국인 자유여행객 매출로 대량판매를 제외한 전통적인 방식의 관광객이 구매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대량판매와 오프라인 및 온라인 FIT 등 세 가지 판매 유형 모두 같은 기업의 같은 달 시내면세점 실적이다. 대량판매의 매출 대비 영업수수료 부담은 FIT 판매 방식보다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기준 약 3.6배, 오프라인 기준으로는 7.2배나 차이가 난다.
2026년 7월 현재도 면세점의 매출은 주로 대량판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대량판매의 큰 매출 규모와 동반되는 매우 높은 영업수수료 지출로 인해 면세점의 매출 자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주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서 매출이익 705억 원 중 온갖 수수료에 해당하는 555억 원을 차감하면 면세점 입장에서는 불과 150억 원이 남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 매출은 대량판매가 더 컸지만, 영업이익률은 FIT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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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포그래픽=김재영 기자, 2026.10.14. |
A면세점의 올해 7월 시내면세점 실적에서 대량판매 매출은 1,484억 원, 관리회계 기준 영업이익은 15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10.1%였다. 오프라인·온라인 FIT를 합한 매출은 543억 원, 영업이익은 99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18.2%였다.
공항 실적을 포함하면 대량판매 순매출은 1,488억 원, 영업이익은 152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10.2%다. FIT 순매출은 836억 원, 영업이익은 12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15.3%였다.
대량판매 실적은 시내와 공항을 합쳐도 차이가 작았지만, FIT는 공항 실적을 포함하면서 매출과 이익 총액이 늘고 영업이익률은 낮아졌다. 두 집계 범위 모두 대량판매가 FIT보다 더 큰 매출과 이익 총액을 올렸지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FIT가 높았다.
이는 매출 규모가 크다고 이익률까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상품 구성과 매출이익률, 임차료 등 비용 구조도 영향을 주므로, 판매 유형별 이익률 차이를 모두 영업수수료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여기서 비교한 영업이익은 A사의 관리회계 기준으로, 기타 판매 및 영업외 비용 차감 전 금액이며 공시 재무제표의 영업이익과는 구분된다.
■ 수수료 조건 따라 이동하는 거래…매출 경쟁이 비용 부담으로
수수료 조건은 대량거래를 어느 면세점에서 진행할지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면세점 대량판매에 종사하고 있는 B여행사 대표는 “만일 특정 면세점이 대량판매 영업수수료를 기타 면세점보다 적게 지급할 경우 해당 면세점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기보다 더 많은 영업수수료를 지급하는 면세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거래 유치를 위한 면세점 간 경쟁이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 업체가 지급 조건을 낮추면 거래가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면세점에서 확인된 높은 수수료 부담을 업계 전체의 공통 실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거래 유치 경쟁과 함께 살펴볼 필요는 있다.
롯데면세점 사례도 대량거래 조정의 범위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2025년 1월 전격적으로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따이공 거래 중단을 선었했지만 같은 해 6월부터 거래가 다시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당시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모든 따이공 거래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대형 거래를 중단한 것이며, 해당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결국 현재 국내 면세업계가 가지고 있는 출혈경쟁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수정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면세점 업계의 수수료 퍼주기 영업을 업계 자율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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