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에도 훨훨 나는 중국, 주저앉은 한국 면세산업 ‘明暗’

기사입력 : 2021-01-13 11:18:45 최종수정 : 2021-01-13 17: 43 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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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가 되자 중국과 한국의 2020년 면세산업 통계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압도적인 매출로 다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해 왔던 한국 면세산업이 코로나19의 어려움에도 전년 대비 60~70%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무섭게 한국을 추격하며 발 빠른 조치로 한국 면세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중국의 산업 데이터가 여기저기서 공개되고 있다. 어려운 현 시점에서 한국 면세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본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중국 면세산업 세계 1위 노려

2019년까지 한국의 면세산업 관계자는 물론 세계 면세 및 여행소매업(Travel Retail) 산업 관계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면세산업 격차가 적어도 5년에서 심하게는 10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게 생각한 핵심적인 이유는 한국 면세산업이 제공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성’(credibility)를 근거로 한 자신감 이었다.
 

▲ 사진=DFN 홍콩특파원/중국 선전시 밍퉁 시장 전경(2021.01.08)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인해 한국의 장점은 완전히 희석됐다. 원천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길이 사라진 상태에서 한국산 면세품은 오로지 대량구매 상인들을 통한 B2B거래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더구나 한국 면세상품의 대량구매 통로로 이용됐던 홍콩→선전시 ‘밍퉁’(明通) 시장 루트는 연말부터 ‘밀수’에 대한 집중 단속으로 사실상 셧다운(shut down) 상태다. 특히 중국 당국의 의지가 예년과 달라 일시적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사진=김재영 기자 / 하이난 산야 CDFMall(2016.12)

 

이러한 배경으론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면세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자국내 면세산업을 키우려고 노력한 중국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가두리 양식’처럼 자국 내 면세점 설립과 지원책으로 빛을 본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중국은 자국 면세산업의 세계 1위 등극을 손쉽게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1일 중국 하이난 성 관리는 “20년 12월 하이난 섬 전체 면세점 매출액은 75억 위안(약 1조2,772억 원)”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체 면세점 12월 매출액과 별 차이없는 매출액이 하이난 섬에서만 나왔다.

중국 면세산업과 한국 면세산업의 격차

면세점 매출액만 가지고 후발주자인 중국과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격차가 줄었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아직 까지 한국 면세점 산업은 지난 1980년 이후 약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왔기 때문에 신뢰성은 물론 운영 및 물류 노하우, 그리고 브랜드 유치력,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 상황이 초래한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받아 들 일수는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코로나19 이후 여행 보상심리와 소비에서 다시 폭발적으로 반등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

본질적으로 중국은 착실히 한국의 면세산업을 배워왔다. 하이난 섬의 지정면세점 제도가 우리나라 제주도의 내국인 전용 면세점인 JDC를 배워간 결과이고 통합물류센터 역시 직접 한국을 수차례 방문해 중국 면세산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면세산업의 발전은 더 이상 뻗어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반면 한국을 배운 중국은 한국의 면세시스템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적인 솔루션 도입으로 부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 사진=김재영 기자/ 상하이 CNSC 중푸면세점(2016.09)

 

중국은 지난 2016년 8월 상하이에 CNSC 산하 ‘중푸면세점’(中服免稅店)을 오픈했다. 이곳은 기존 면세점과 달리 출국전 면세품 구입이 아니라 해외여행 후 입국한 뒤 180일 이내에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도의 운영 결과는 하이난 섬을 방문한 후 본토로 귀환하고도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장 적용되고 있다.

중국의 면세시스템은 이제 면세품을 구입한 후 즉시 배송 서비스도 도입한다고 한다. 관광과 여행의 즐거움이 쇼핑으로 인해 극대화 될 수 있는 반면 쇼핑의 결과는 구입한 제품의 보관과 이동 및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하이난 섬을 통해 새롭게 도입될 이러한 정책들은 쇼핑과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보다 진일보 한 시스템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면세품 구입시 즉각 배송되는 시스템을 적용하면 관광객들의 쇼핑 만족도는 더욱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브랜드 유치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크게 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개장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난 섬 산야 CDFMall에는 여전히 3대 명품이 미 입점이고 최근 우후죽순으로 개장되고 있는 면세점들에도 브랜드의 수준은 아직 한국 면세점의 수준에 이르고 있지 못하다. 최근 스위스의 듀프리를 비롯 프랑스의 라가데르와 협력해 오픈한 면세점 역시 브랜드 유치력을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의 문제라는 점이다. 조만간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하이난 섬의 면세점 들은 한국 면세점들 못지 않은 브랜드가 유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면세산업 이대로는 안 돼, 차분히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국 면세산업은 코로나 이전 표면적으론 전년 대비 20% 성장 또는 전년대비 30% 성장이라는 양적인 성과에만 집중하고 스스로 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만 취해 있었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어들자 ‘다이고’로 대표되는 B2B 시장을 개척해 양적인 팽창만을 거듭했다.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보단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병폐와 모순은 심화됐고 이로 인해 오히려 산업을 갉아먹는 꼴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방한 외국인이 전무한 상황에서 면세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대혼란의 시기에 빠져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오로지 대량구매 상인인 다이고 위주의 매출액 외에는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자국내 면세점들을 붐업 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면세점들은 정부 당국의 지원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관세청 제공 / 노석환 관세청장(2020.12.21)

지난해 12월 27일 DFN과 인터뷰한 노석환 관세청장은 “국내 면세산업이 전체적인 외형의 성장은 지속되어 왔지만 면세업계 간 과도한 경쟁 등으로 질적인 면까지 외형만큼 성장했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특히 노 청장은 “어려운 시기는 맞지만 산업의 기반이 되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다 많이 찾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면세업계가 나설 것을 촉구하며 이 시기 내실을 다지며 성장기반을 조성할 때”라고 조언 했다. 국내 면세업계의 관리감독 책임자인 관세청장의 발언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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