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랑스 칸에서 본 한국면세산업의 민낯”

기사입력 : 2018-10-08 15:45:28 최종수정 : 2018-10-08 18: 18 박래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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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선호 기자/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 '세계면세박람회' 전시장 앞

 

▲사진=김선호 기자/ 세계면세박람회 전시장 내부

 

2018 세계면세박람회가 열리는 프랑스 남쪽 지중해변의 휴양도시 칸의 가을 하늘은 행사 기간내내 맑고 청명했다. 지난 10월1일부터 5일동안 열린 이번 박람회에는 50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와 면세점 운영업자등 7천여명의 면세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매년 세계면세협회가 주최하는 면세박람회는 브랜드들은 새상품을 광고하고 운영업관계자들은 상품동향 정보를 나누며 브랜드와 운영인간 인적 네트워크 교류의 장이다. 

 

그러나 이곳에 온 한국 면세점 운영자들의 표정과 기분은 이런 쾌청한 날씨와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의 어설픈 생각에 세계면세시장 매출 1위국가인 한국면세점 운영자 정도면 거대 바이어의 입장인만큼 이곳에서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줄 알았다. 그것은 한국면세산업에 대한 나의 착시였다.

 

한국 면세점 3대 빅 브랜드 중 하나인 면세점 대표의 푸념이 나의 오판을 더 명확하게 해주었다. 여기 왜 왔는지 아십니까? 신상품 동향도 봐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우리에게 만은 상품공급을 넉넉하게 또 끊임없이 잘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하러 다닌다는 토로였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자신이 운영하는 면세점만 물건을 좀 더 많이 달라는 구걸을 하러 다닌다는 얘기로 들렸다.

 

바잉파워가 비교적 약세에 있는 중소·중견 면세관계자의 말은 더 실감을 전한다. 물건공급이 제대로 안돼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아 매출을 올릴 수 없다라며 어렵게 잡은 약속시간에 늦을세라 또 다른 명품거래처와의 미팅장소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명품업체들이 공급량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정하기 때문에 수요자인 면세점들이 온갖 구애작전을 펴는 상황이 이곳 칸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 면세점 운영자들의 역량과 사활은 명품관계자들과의 친밀도와 교류에 달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0년간 한국면세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겉으로 보기에 성장의 열매는 화려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속은 벌레 먹고 상한부분이 많아 결코 아름답지 만은 않다.

 

샤넬·루이비통·구찌 등 명품업체의 물건 사정해 가면서 받아다가 관광객 알선 여행사와 가이드들에게 수수료 듬뿍 쥐어주고 단체 관광객들에게 또 중국 보따리상 들에게 물건 팔면서 오직 매출경쟁에만 매달려 온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한 과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면세산업의 병폐는 면세점 운영업자의 책임 뿐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미래지향적인 전략부재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김선호 기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명품숍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초가을 샹젤리제는 루이비통·샤넬등의 샵들이 명품의 본산지 답게 화려한 가을 단장을 하고 있다. 고풍스런 건물에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인테리어, 판매장의 우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쇼윈도의 구성에서 부터 상품전시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이 시대 문화를 선도하는 전도사처럼 보였다.

 

급속한 양적 성장 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중심을 두면서 문화를 파는 브랜드 이미지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매장전시를 통해 실현시키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시세이도·로레알 등 익숙한 브랜드들도 부스를 차리고 대표상품들을 전시 했다. 글로벌 브랜드 답게 이들의 매장은 넓고  화려한 치장을 하고  여러 나라의 관계자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상담을 하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반면에 한국브랜드는 이번 박람회에 아모레퍼시픽과 닥터자르트 등 2~3개 브랜드만 부스를 차렸다.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한국 면세점 시장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차지한  LG생활건강은 참가하지도 않았다. 중국소비자들만 있으면 된다 라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는건 아닐까.

 

이미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시간과 돈이 넘쳐나서 이곳 박람회에 전시부스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광고 하는건 아닐것이다.

 

또한 이번 박람회에는 예년과  다르게 일본 면세업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왔다. 이들의 관심과 목표는 뻔할 것이다. 근래들어 방일 중국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 이들을 이곳 칸의 면세박람회로 끌어들인 것이다. 

 

한국 면세산업은 양적인 세계1위를 자랑하는 자만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이제는 성장의 리스크를 경계해야 할 시기다 라는 세계면세협회 ‘에릭 율’ 회장의 지적이 우리 면세산업을 빗대서 하는 말로 들린다.

 

한국 면세산업은 그 구조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운영업자들은 단기 매출지상주의에서 지속성장의 철학을, 브랜드는 세계면세시장에서 물품공급을 조정할 수 있는 정도의 파워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살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곳 칸의 면세박람회 현장에서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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