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태국 공항 입찰 ‘기존안 유지’, 국내 기업 진출 ‘암초’

위원회 ‘PPP법 해당 안된다’, 입찰 진행 명령해 ‘도루묵’
‘AoT’, 공항 ‘특허 쪼개기’로 독점 논란 회피
“진입 장벽 높아 입찰 참가 어려워”, 3개 공항 입찰 ‘주목’
기사입력 : 2019-04-19 13:17:58 최종수정 : 2019-04-19 15: 42 김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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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절차가 태국공항공사(이하 AoT)의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태국 공항 진출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8일 태국 민관협력(이하 PPP) 위원회는 태국 국제공항의 면세점 사업이 AoT의 핵심 활동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PPP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입찰 진행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입찰 전체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져 태국 시장 진출을 기대하던 글로벌 사업자들과 자국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면세점을 비롯한 태국 국제공항 시설 운영권 입찰은 제안요청서(RFP) 가격만 250만 바트(약 8,937만 원, 2019.04.19 기준)로 책정되는 등 과도한 참가 조건으로 논란을 샀다. 수왓나품을 비롯한 핫야이·치앙마이·푸켓 4개 공항을 묶어 단일 면세점 형태로 입찰하면서 독점 논란도 거셌다. 지난 3월 11일 주태국 한국 대사가 건의하자 태국 총리가 태국 교통부에 PPP법 해당 여부를 비롯한 ‘독점방지심사’를 지시했다.
 

▲출처=킹파워 인터내셔널 / 킹파워 인터내셔널이 독점 운영 중인 수왓나품 공항 픽업 카운터

 

이번 심사는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던 글로벌 사업자들 뿐 아니라 자국 매체 등의 관심도 집중됐다. 2006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킹파워 인터내셔널’의 공항 면세 사업 독점을 깨고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는 ‘킹파워’가 공항 직원과 공모해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덜 냈다는 의혹도 이어지며 다중 사업자 체제로 입찰을 새로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심사가 진행되자 AoT 측은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4개 공항을 패키지로 내놨던 입찰 방식을 ‘수왓나품’ 공항 입찰과 나머지 3개 공항 입찰로 나눴다. 현지 여론에서는 “심사 결과를 바꾸기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반발이 일었지만 이런 ‘특허 쪼개기’로 독점 논란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PPP 위원회 측이 AoT의 공항 면세사업이 PPP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면서 다시금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AoT 측은 지난 18일 심사 결과가 발표되자 수왓나품 공항의 입찰을 위한 제안요청서(RFP) 판매를 마무리 지으면서 서둘러 입찰 진행에 나섰다. 이번 수왓나품 공항 입찰에는 ‘킹파워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중앙백화점’·‘마이너 인터네셔널’·‘방콕항공사’·‘로열오키드 쉐라톤(태국)’ 등 자국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높은 참가금과 불확실한 입찰 환경 때문에 입찰에 참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여 다시 한 번 ‘킹파워’의 운영권 낙찰이 점쳐진다.

 

▲출처=방콕공항홈페이지 / 수왓나품 공항면세점 전경


이번 결과는 폐쇄적인 태국 면세 환경의 변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면세업계에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태국이 보인 면세시장 개방 의지가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아시아 면세 시장에 만연한 자국 중심 주의가 재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사업자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과 중국 면세 시장은 자국 기업과의 합작하지 않으면 진출할 수 없도록 해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출이 어려운 상태다. 말레이시아도 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이라만’(Eraman)의 영업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자국 사업자들에게 대거 운영권을 쥐어 줘 사실상 자국 면세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인천국제공항에서 2007년까지 DFS가 영업한 것 외에는 해외 사업자의 진출이 없지만 최근 외국 기업의 입찰 참가를 적극 환영하겠다며 적극 개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내 면세점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대해 “상당수의 아시아 면세 입찰이 높은 진입 장벽을 갖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태국 공항 입찰 참가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방콕 포스트’는 AoT측이 제안요청서 판매 일자를 22일까지로 정했다고 밝혀 나머지 3개 공항 입찰 진행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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