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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대만 항공사와 공동으로 출시한 제주도 가상출국 여행상품이 판매시작 4분만에 전좌석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제 여행업계나 여행자나 단순히 참고 버티기에서 벗어나 ‘가상출국’이라도 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고 나면, 과연 이전과 같이 저렴하고 손쉬운 해외여행을 다시 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올까?
일단 비용측면에서 살펴보면, 코로나 이후 항공요금이 올라갈 것이냐 내려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사례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9/11사태 이후에는 항공요금이 내려갔다. 왜냐하면, 항공사로서는 어차피 띄우는 노선상의 좌석을 가급적 많이 채우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한명이라도 더 태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항공업계에 불러온 피해는 컨설팅사인 매킨지 추정으로 9/11 테러 때의 5~6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9/11 사태 발생시 미국의 3대 대형항공사가 모두 10일 이내에 파산신청을 했던 것을 보면,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됨으로써 항공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추정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는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20년 기준으로 UN가입국 숫자가 193개국인데 비해, 코로나는 이미 지난 5월에 215개국에 퍼졌다. 즉, 특정 지역이나 대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역사상 유래 없는 전지구적 사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시장확대와 성장을 보여온 항공과 관광업계의 산업기반은 각국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본다면, 일단은 비행기를 띄우기가 어렵다. 2020년 9월 27일 현재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국가(지역 포함)가 74개국, 격리조치 국가가 6개국, 검역강화 국가가 83개국이다. 이 정도면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항공사 입장에서는 손님을 불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휴가 등 단기여행으로 많이 방문했던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은 한국인 입금금지이다. 중국은 특별한 경우 입국은 가능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14일 격리가 필수이고 그 마저도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 사실은 아래 상반기 인천공항 이용객을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루 10만명이상 출국하던 공항에서, 일평균 3~4천명 정도만 외국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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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 = 안상준 제작, 출처=인천국제공항 |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말까지 현재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작년대비 77.8%가 감소하였고, 외국으로 출국한 내국인은 97.5%가 줄었다. 이에 따라 금년 상반기에 폐업한 여행사만 해도 600개에 달한다. 여행사가 없어지면 과거처럼 저렴한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창구가 없어진다. 즉, 생산자와 유통채널이 없어지는 것이고, 공급측면에서 예전과 같은 다양한 선택지는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앞으로 상당기간 코로나가 계속된다면, 해외에 가더라도 일정기간 격리가 불가피하며, 격리비용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항공료나 여행경비 이외에 지역에 따라 일인당 200만원 내외의 격리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4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약 40%의 여객은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이후 약 6개월 동안은 항공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60%는 2개월 이 지나야 비행기를 타겠다고 했다. 이 정도면 수요 측면에서 과거의 휴가나 관광수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 대기업이 중국에 출장자를 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이용하는데 좌석당 300만원을 항공사에 지불했다고 한다. 물론 일반적인 여행시 항공요금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과거 30만원 남짓이면 갈 수 있었던 데를 약 10배의 비용을 내더라도 가야하는 게 현실이다.
항공사의 입장에서도 기내 거리두기나 각종 방역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운영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운임에 반영된다. 여객입장에서는 대부분 국가가 사전 코로나 검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검사비용과 시간, 노력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항공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단기여행을 주도했던 저가항공사(LCC)는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운항중단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에도 당분간은 저가항공 위주의 공격적인 시장확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일부 노선의 경우 코로나 이전 대비 최소한 50% 이상의 항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비용의 증가는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감소와 공급축소라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어느 한 나라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에서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상대적으로 국내여행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9월이면 국내선 항공수요는 완전회복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8월 코로나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까지 전년대비 90% 이상 회복하였으며, 일부 저가항공사는 국내노선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전년보다 더 많은 여객을 수송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장변화는 향후 여행패턴 자체의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여객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저렴하고 간편한 여행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따라 면세소비 행태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금년내내 한파에 시달렸던 항공사와 관광업계의 겨울은 생각보다 많이 길어질 수도 있겠다. 코로나 이후의 ‘New Normal’에 대해서 정부와 관련업계가 그 어느때보다 더욱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DFN / 안상준 (ahn@incheoninternatio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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