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전망] 위기의 인천공항 ‘세계 최고 공항면세점’ 빛바랜 이유 ①

인천공항, 임대료 매출연동에도 3차까지 입찰 유찰
해외 사업자까지 물색했지만‘수의계약’도 난항
국내 면세업계 시내면세점 중심 패러다임으로 변화
기사입력 : 2020-12-29 14:45:05 최종수정 : 2021-06-26 22: 40 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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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의 면세점 입찰이 사상 최악의 유찰 사태를 빚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3월 공백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국내 면세사업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입점해야 하는 곳으로 통했던 ‘세계 최고 공항면세점’ 인천공항이 국·내외 모든 면세사업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공항이 되기까지는 코로나19 영향이 있었지만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공사의 임대료 ‘갑질’로 쌓여왔던 불만이 코로나19로 제대로 터져나왔다는 평가다.

입찰이 연속 유찰되면서 콧대 높았던 공사는 뒤늦게 면세점 임대료를 ‘매출연동제’로 바꾸는 등 변화에 나섰지만 면세사업자들은 더 멀리 달아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향후 국내 면세점 사업의 흐름을 예측할 때 중요한 방향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항 이후 20년간 공항 중심으로 진행됐던 사업자 선정 방식이 면세사업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면세업계의 관문으로 여겨졌던 공항 면세점은 ‘차선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연속 ‘유찰’에 “예상했던 결과” 


지난 1월 17일 공사는 업계의 이목을 한껏 받으며 제4기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운영사업자 공고를 냈다. 대상 구역은 DF2·3·4·6·7 등 대기업 대상 5개 구역과 DF8·9·10 등 중소·중견기업 대상 3개 총 8개 구역이다. 특히 DF2 구역은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품목인 향수·화장품을 취급하는 데다가 갱신을 통해 향후 10년간 면세점 운영이 가능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선두 업체는 물론 사업 확장이 절실한 현대백화점면세점까지 모두 입찰에 나설 것으로 기대가 됐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 공사가 너무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공사가 제시한 DF2 구역의 최저수용금액은 1,116억원으로 입찰 구역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DF2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서 면세사업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해야 낙찰될 수 있었다. 결국 대기업 면세점들이 임대료 부담으로 DF2구역을 잇달아 포기하면서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입찰이 흘러가게 됐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19로 급격하게 떨어진 매출 대비 치솟는 공항 임대료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 인천국제공항공사(2020.02.06), 제작=김재영 기자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 문제는 오랫동안 꾸준히 지적받아온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지난 2월 밝힌 데이터에 따르면 인천공항 임대료는 2015년 6,139억 원에서 2019년 1조761억 원으로 5년 만에 무려 75.3% 폭등했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한 해 동안 대기업 면세점이 63.7% 증가한 9,846억 원을, 중소·중견면세점이 632% 증가한 915억 원을 납부했다. 2015년 당시 완공되지 않은 제2여객터미널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급등한 모양새다. 

 

해가 갈수록 면세점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면세사업자들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됐다.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거의 전무한 상황임에도 매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내야했다. 면세사업자들은 꾸준히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호소했지만 공사는 매출에 상관없이 매월 정해진 임대료를 내는 ‘고정 임대료’ 방식을 고수했다. 면세점 임대료 사업 만큼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려웠다.  


결국 임대료 부담으로 가장 경쟁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DF2(향수·화장품) 영역은 유찰되고, DF8(전품목)과 DF9(전품목) 구역에 입찰 신청서를 제출했던 에스엠면세점은 인천공항 제4기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프레젠테이션(PT)에 불참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3월 9일 신라(DF3), 롯데(DF4), 현대(DF7), 그랜드(DF8), 시티(DF9), 엔타스(DF10)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새 사업자는 관세청에서 특허심사 승인을 받아 9월부터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여객이 급감하고, 공항 면세점 매출이 90% 이상 급감하면서 롯데, 신라, 그랜드, 시티 모두 사업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흥행가도를 달릴 것이라 예상했던 인천공항 제4기 면세점 입찰은 현대가 차지한 DF7 구역과 엔타스가 차지한 DF10 구역을 제외하고 전부 유찰됐다.

“임대료 내려줄게” 손 내밀었지만...여전히 ‘보이콧’


이후 공사는 오는 8월 계약이 종료되는 출국장면세점의 6개 사업권(DF2‧3‧4‧6‧9‧10)이 공실 위기에 처하자 뒤늦게 면세사업자들을 불러 임대료 매출연동제를 제안했다. 공사는 각 면세사업자에게 공문을 보내 면세점 임대료 30% 인하, 월별 여객 수요 60% 수준 회복 전까지 최소보장금 면제 등의 조건을 걸었다. 2001년 개항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최소보장금을 기반으로 하는 임대료 계약조건이 20년 만에 매출액 대비 영업료를 받는 영업요율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출처=인천국제공항, 제작=육해영 기자

 

인천공항이 밝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가 13만 명대로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6월 18만 2,523명, 7월 21만 9,079명, 8월 23만 4,959명으로 3개월 연속 반등 추세였다. 하지만 9월 19만 6,706명, 10월 19만 7,479명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1월부터 11월까지 인청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1,182만 1,459명으로 전년 7,116만 9,722명의 16.6%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1월과 2월을 뺀다면 사실상 지방공항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공항 면세점 운영은 불투명해졌다. 

 

결국 2차 입찰도 모두 유찰되자 공사는 지난 9월 22일 2차 입찰과 동일한 조건으로 6개 구역(DF2·3·4·6·8·9)에 대한 ‘3차 입찰’을 재공고했다. 이날 대기업 영역에는 신세계가, 중소·중견 영역에는 그랜드가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쟁입찰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최종 유찰됐다. 면세업계에서 공식처럼 여겨졌던 인천공항 입성이 이제는 ‘차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급한 불이라도 끄자...‘수의계약’도 난항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의 재입찰 공고를 내기에도 곤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8월 31일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T1 3기 면세사업권에 대한 대규모 공실을 우려한 공사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유찰된 6개 사업권(DF2·3·4·6·8·9)의 기존 사업자 신라·롯데·에스엠·시티와 영업 연장 여부를 협의했다. 이후 지난 7월 9일 신라(DF2·4·6)와 롯데(DF3)가 영업 연장에 협의했다. 


문제는 연장 운영에 협의한 것도 내년 2월까지면 종료된다는 점이다. 연속 유찰에 수의계약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내년 3월부터 인천공항의 공백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이에 공사는 공실 사태를 막기 위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사업자를 이례적으로 해외 사업자까지 넓혔다. 그러나 지난 11월 30일 오후 4시 종료된 유찰된 제1터미널 6개 구역에 대한 수의계약 의향 조사에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입찰 조건과 동일해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수의계약에 나서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명 코로나19는 국내 면세업계에 사상 최악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다만 20년 동안 ‘갑을관계’가 철저했던 공사의 공항 면세점 운영방식과 임대료 구조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통해 대폭 개선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업계는 인천공항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부진한 흥행을 거둘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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