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숙소에서 거의 하루 종일 지냈다. 갑갑하지 않았냐고? 여기에선 답답할 일이 없다.
오늘은 내가 제주에서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해 소개를 해볼까 한다. 이 곳 덕에 내가 제주행을 결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2.
재택근무 6년 차인 나는 위워크(WeWork)로 대변되는 코워킹스페이스를 즐겨 찾는다. 예전부터 성수동에 있는 카우앤독을 자주 다녔고, 발리에서는 비록 일은 안 했지만 디지털 노매드의 성지라는 후붓(Hubud)에도 들러봤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세계 각지의 공유오피스에서 일을 하며 여행하며 살기’였고 내가 제주에서 지내고 있는 이 공간은 이른바 드림컴트루였다.
#3.
이름부터 재치 있다. 오피스(O-PEACE) 제주. 오피스(Office)와 오! 평화(O-Peace)의 말장난이 귀엽다. 1-2층은 코워킹스페이스, 3-4층은 숙소로 구성되어 있는 이 건물은 내 로망을 실현시키기에 부족함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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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피스제주 / 오피스제주에서는 이렇게 바다가 보인다. 이 사진을 보고 반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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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피스제주 / 오피스제주의 모니터들. |
데스크 램프, 이른바 스탠드도 마찬가지였다. 책상 조명 없이 책을 오래 보면 어두워서 눈이 아픈데, 여기는 스탠드가 있는 책상이 많아서 오랫동안 집중해서 책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의자도 듀오백 같은 거라 오래 앉아 있어도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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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피스제주 / 오피스제주 2층. |
책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업무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과 영감을 주는 책, 제주에 관한 책 이렇게 크게 세 종류의 책이 있는 느낌이었다. 보통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에 있는 책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한다는 컨셉의 힐링 서적, 기득권을 비판하는 진보적인 서적이 많은데 여기는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많았다.
난 여기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직업’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일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깨달았고, ‘좋은 문서 작성 방법’이라는 책을 읽으며 자료로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배웠다.
없는 것 중에 대표적인 건 다채로운 식음료들. 간혹 카페를 겸업하는 공유사무실에는 카페가 있고 직원이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준다.
그런데 여기는 커피와 토스트 정도로 선택권이 많지 않다. 초콜릿이나 과자, 과일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긴 하지만 이 아이들은 주인공보다는 조연의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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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차민경 기자 / 바다 보면서 먹는 커피와 빵! 천국 같았다.(2021.04.29) |
▲ 사진=차민경 기자 /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 빛이 건물 안으로 유려하게 떨어진다.(2017.06.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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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차민경 기자 / 나중에 놀러온 친구가 찍어준 오피스제주에서의 컨셉샷. 실제로 자주 이렇게 책을 읽었다.(2021.05.16) |
#6.
예전의 난 큰 이벤트를 중심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수능을 비롯한 각종 시험, 취직, 큰 금액이 걸린 프로젝트성 업무 등을 위해 준비하고 달리는 게 평범한 하루의 지당한 역할이라고 믿었다.
지금의 나는 그것보다는 매일의 소소한 일상이 더 소중하다. 오늘은 30분 일찍 산책하면서 맞는 바람이 더 시원했고, 오피스제주에 있는 발뮤다 토스트기의 굽기 강도를 3에서 2로 줄였더니 빵이 보다 말랑말랑해서 내 입맛에 맞았다. 점심식사 후에 마셨던 커피는 평소보다 유독 더 맛있었다. 효율화를 위해 업무를 살짝 변경해본 게 뿌듯했고, 늦은 밤 남편과의 통화는 나를 어제보다 더 많이 웃게 했다.
#7.
여느 때처럼 잠들기 전에 머리를 빗는데 머릿결이 새삼 부드럽다는 걸 깨달았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 머리카락은 엉키고 부스스한 게 당연한 줄 알았다. 펌이 풀어질까 걱정해 빗질을 자주 안 한 탓에 머리 끝부분이 조금만 길어지면 엉키기를 반복했었다.
작년부터 새로 다닌 미용실에서 내 머리는 어차피 펌이 금방 풀리는 직모라 펌보다는 염색과 커트로 볼륨감을 주는 게 낫다고 했었고 난 그 이후부터 매일 밤 씻고 나서 머리를 빗기 시작했었다. 빗질은 열댓 번 정도, 매일 1분도 안 걸렸다.
그 1분 덕에 평생 푸석했던 내 머릿결이 부드러워졌다. 지금 보내는 제주에서의 하루하루는 내 어떤 부분을 더 부드럽고 빛나게 만들고 있을지 궁금하다.
- 2021년 4월 29일, 제주살이 4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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