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구본환, 이하 인천공항)의 공항 면세점 운영방식과 임대료 구조가 20년만에 대폭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면세산업에 대한 위기는 공항과 면세사업자 모두에게 출국장면세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국내 면세업계에서 인천공항 입성은 필수가 아닌 차선택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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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육해영 기자 |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과 가장 매출경쟁이 이뤄지는 서울 대기업 시내면세점의 매출 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2019년 공개한 국내 면세점 상반기 총 누적매출은 11조6,568억원이다. 그 중 대기업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총액은 6조7,351억원으로 상반기 총 매출의 57.8%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공항의 대기업 3사의 출국장면세점은 1조2,46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7%에 그쳤다.
이 차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더욱 벌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공개한 2020년 국내 면세점 상반기 총 누적매출은 7조3,323억원이었다. 특히 대업 면세점 3사의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은 5조1,016억원으로 총 매출에서 69.6% 비중을 차지해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매출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면세점 3사의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 매출은 총 4,70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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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육해영 기자 |
위의 수치들은 각 해당 년도별 대기업 3사의 서울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의 매출액을 단순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각각 전년 동기간 매출액을 비교해봐도 동일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서울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의 매출 감소폭을 비교해 보면 인천공항 면세점의 감소폭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 3사의 2020년 상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6조7,351억원 대비 24.3% 감소한 5조1,01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출국장면세점은 19년 1조2,467억원에서 4,708억원으로 줄어 무려 62.2% 하락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정부의 1인당 구매수량 제한에 대해 한시적으로 완화한 조치가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시내면세점이 대량판매를 통해 다이고를 이용한 매출방어라는 측면의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던 재고 면세품 내국인 판매와 제3자반송 등은 위에 발표된 면세점 누적매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은 코로나19 여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인천공항 하루 평균 여객 수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2월 11만 6,608명에서 5월 4,448명으로 96.2% 대폭 감소했다. 일일여객 수는 지난 3월 24일 9,316명을 기록해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 명 미만으로 내려갔다. 이도 대부분 도착객의 비중이어서 사실상 출국장면세점 이용객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면세사업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입성해야 했던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이 자연재해 등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이 코로나19로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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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RFP(제안요청서) |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는 면세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난 1월에 공고된 1차 입찰에서 인천공항은 DF2(향수·화장품) 구역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임대료)를 1천258㎡(약 380평)면적에 연간 1,161억원을 제시했다. 핵심 품목을 취급하는 DF2 구역은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구역이었으나 임대료 부담으로 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아 유찰됐다.
패션·기타 DF6 구역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은 441억원으로 4차년도부터 112억원의 최소보장금이 더해진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탑승동까지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껴안아야 했다. 결국 임대료 부담으로 업체들이 입찰을 줄줄이 포기하면서 인천공항이 공고한 8개 구역 중 6개(DF2·3·4·6·8·9)구역이 모두 유찰됐다.
궁지에 몰린 인천공항은 6일 면세점 입찰 공고를 게시하고 임대료 최저수용가능금액을 대폭 인하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1차 입찰 시보다 최저수용가능금액을 약 30% 낮추고, 2019년 월별 여객수요 60% 이상 정상 수요 회복 전까지는 최소보장금이 없는 품목별 영업요율 방식으로 임대료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여객증감율에 연동하여 조정되는 최소보장액 변동 하한(–9%)을 없애고 코로나19 위기 종료 이후 계약기간 중에 발생할지도 모를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여객이 40% 이상 감소할 경우 임대료를 여객감소율의 1/2에 상당하는 비율만큼 즉시 감면한다. 유찰 및 계약 포기 등으로 공실 우려 가능성이 생긴 구역의 기존 운영업체에는 오는 9월부터 최대 6개월간 임대료를 ‘매출연동제’로 받는다는 당근책을 제시하고 연장 영업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이전 인천공항은 사실상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면세사업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사수해야하는 곳이었다. 세계 최대 공항인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 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인천공항 입성 여부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인천공항이 사업자 선정 방식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언제 극복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공항면세점 운영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여객 수가 정상 회복되면 다시 기존 방식대로 임대료를 받을 예정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면세사업자가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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