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가 최악의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3월 5일 면세점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면세점을 둘러싼 냉기는 좀처럼 가셔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빅3’ 면세점 코로나19 여파로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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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오픈 직전 롯데면세점 명동점(2020.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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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2020.03.05) |
신세계면세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일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하자 명동과 강남, 부산점에 대해 오전 9시 반에서 오후 6시까지인 영업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1시간 30분 줄인 바 있다. 신라와 롯데가 각각 오전 9시부터 9시 30분에 오픈하는 것에 비하면 영업시간을 상당히 단축한 편이다. 바뀐 영업시간에 맞춰 오전 11시 신세계면세점 현장을 찾아보니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신세계면세점 앞에 줄 선 다이고들은 다섯명이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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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후 매장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2020.03.05) |
이들은 가장 먼저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 ‘후’(Whoo)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후는 국내 면세점 업계에서 큰 손으로 불리는 브랜드로 매출 파워가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8년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후는 매출 1조 665억 원으로 2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4,397억에 비해 매출면에서 2.4배 많이 팔렸다. 오픈 직후 그나마 후가 선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다이고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눈에 띄게 다이고가 줄어든 모습이다.
‘코로나19’ 한파에도 신규 런칭해 뜨거운 ‘루즈 에르메스’, “물량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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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신라면세점 에르메스 매장에 줄 선 다이고들(2020.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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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제품 구매과정에서도 비닐장갑을 끼고 있는 중국인 다이고(2020.03.05) |
특히 신라면세점 에르메스 매장은 중국인 보따리상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손님이 없어 한적한 다른 매장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매장을 직접 살펴보니 다이고 일부는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비닐장갑을 끼고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에르메스 매장은 영상통화와 위챗으로 중국 현지에서 주문을 받는 다이고들로 북적였다.
한 중국인 다이고는 위챗을 통해 구체적인 품목과 개수가 적힌 메모지를 전달받아 에르메스 판매직원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직원은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하루치 물량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다이고가 “아침에는 구매할 수 있었는데 왜 이제와서 안 되냐고 하느냐”고 따져묻자 직원은 “아침까지는 1인당 100개까지 구매가 가능했으나, 물량이 동나 오후부터는 30개로 제한하고 있다”며 “내일 다시 오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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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신세계면세점 에르메스 매장에 줄 선 다이고들(2020.03.05) |
신라보다는 적은 인원이지만 신세계면세점 루즈 에르메스 매장에도 다이고들이 줄을 서며 제품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세계 에르메스 판매직원은 몰려드는 다이고들을 응대하며 제품 설명에 열중하고 있었다. 롯데면세점도 에르메스를 런칭했지만 아쉬운 흥행몰이를 보였다. 롯데면세점 직원은 “중국인보다 내국인 고객이 더 많이 구매했다”고 전했다.
열화상 카메라, 코로나19 방역 ‘생색내기’용?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설치했던 열화상카메라가 정작 현장에서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모두 코로나19 대비 열화상 카메라와 손 소독제를 입구에 설치하고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손님의 출입 유무에 상관없이 장비와 동떨어진 행동만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평소대비 손님이 적다보니 직원들의 긴장감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모든 손님의 입장과정에서 직원들이 직접 손님 한명 한명을 상대로 체온을 체크 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에 한해 입장을 허가하는 방식이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나누어줬던 쿠폰 증정행사 또한 사라졌다. 코로나19로 대면서비스를 자제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신라의 경우 면세점 입구에서 브랜드의 증정행사를 진행했다. 뷰티 브랜드 ‘아르마니’(Giorgio Armani) 매장 직원은 아르마니 립틴트 미니어처가 담긴 증정품을 나눠줬다. 코로나19로 매장 내 증정품 행사가 줄었냐는 질문에는 “2월말부터 행사를 진행했다”며 “매장 방역을 다 끝마쳤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매출 25조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던 국내 면세점이 코로나19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기업 면세점조차 매출 하락으로 휘청이는 가운데 중소·중견 면세점의 생존은 더욱 희박해졌다. 한 면세점 판매직원은 “판매직원들도 코로나로 무서움에 떨고 있어 출근을 자제하는 분위기다”며 “남은 연차를 몰아서 쓰거나, 무급 휴가 등의 방법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로 면세점 상황이 안 좋다”며 “ 지금 그나마 직원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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